이 름 이외수 날 짜 2002/03/19 (02: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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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중광회상.5
어느날 중광스님하고 장미촌에 장미꽃 구경을 갔다
공주들아 공주들아 아름다운 공주들아
중광스님이 꽃밭에 들어서자 덩싱덩실 춤을 추셨다
우리는 꽃밭에 앉아서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제법 더운 날씨였다
스님이 웃통을 벗어 던졌다
술시중을 들던 장미꽃들은
꽃을 꺾으러 온 남자들이 있으면
한 송이씩 따먹히고 돌아와 다시 술시중을 들었다
그날 스님과 나는 대작하는 즐거움 때문에
술만 꺾고 꽃은 꺾지 못했다
방세와 술값을 지불하고 나오려는데
돈이 약간 모자라서 외상처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스님의 상의가 보이지 않았다
영국 여왕이 탐을 내서
오래 전에 찜해 두었다는 누더기였다
한참을 찾다 보니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술시중을 들던 아가씨들이 전화를 걸었다
외상값을 언제 갚겠느냐는 전화였다
공교롭게도 마누라가 전화를 받았는데
대답이 걸작이었다
이년들아 나는 평생을 주고도 돈 한 푼 받지 못했는데
니년들은 겨우 한번 주고 왜 그리 비싸게 받냐
하여간 언니가 곧 갚아 줄테니 걱정들 말고 기다리거라
중광스님이 그 말을 듣더니
헐헐헐 웃으면서 한 마디를 던졌다
나무관세음보살!
앗싸~!
존경스럽다...ㅠㅠ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이런 마누라가 되리라.
거지꼴의 땡전한푼 없는 작가지망생의 시덥잖은 수작에 고고하게 말려들어준 분...
얼굴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미스코리아 였던 분.(미스 강원이셨음..ㅠㅠ)
나이가 든 지금까지도 고고한 모습을 간직하신...
품위있는 엄마 고양이 같은 느낌의 사모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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