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준이 형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들어온 지 일주일 만에 보냈다고 하는데..
이제 온 걸 보니 크리스마스 운송품들 때문에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럼 편지 겉봉부터 옮겨 드리죠..
보내는 사람
충남 논산시 연무읍 죽평리 사서함 76-10호
26연대 교육대대 1중대 2소대 3분대
86번 훈련병 김형준
받는 사람
서울시 관악구 신림 9동 230-10
박진욱
*학기중이면 애들이랑 보고 학기가 끝났으면
게시판에 올려줘라..
(처음에는 과방으로 보낼려고 했던 듯 합니다.. 종이를 위에 덧대었구..
밑에는 불어불문학과 5동 202호라는 게 보이는군요..)
안녕!
모두들 잘 있지?
이제 일주일 좀 넘게 지난 듯 한데 꽤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진다.
빨리 시간이 가야할텐데. 이제 곧 정신없이 흘러가겠지...
기말고사 치르느라 모두들 정신없곘구나. 잘 쳐라
괜히 뒤숭숭한 마음으로 급하게 쳐버린 나처럼 되지 말고.
학점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학점이데 잘 나와야 할텐데..
일주일 조금 지난 기간동안 차차 몸은 적응해나가나보다.
아직 살이 쏙 빠졌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담배를 안 핀 탓인지
체력은 쌩쌩하진 것 같다.
같은 내무반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
아직 많은 훈련은 받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해볼만한 일인듯 한 생각이 든다.
어차피 받게 된 일, 즐겁게 해야겠지.
앞에서도 말했는데, 다들 잘 지내는지 무척 궁금하다.
명아는 남자친구랑 잘 지내는지, 지수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일 때문에
근심이 많을 듯하고~ 현우는 즐겁게 살려나?
마지막 본 니 얼굴이 계속 생각나던데...
현진이야 남자친구랑 즐겁겠지. 부러운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을게야.
노라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 분신 잘 살아야 할 텐데.
마, 남용훈 여자친구 빨리 구해야지. 그래야 지수랑 안 놀지...
예비 누나는 혼자서 발표하게 되서 미안한데, 뭐 잘했겠지.
(첫 장 끝나고 두번째 장으로 넘어갑니다.)
준희한테는 잘가란 말 한 번 못듣고 간 것 같은데, 쩝...
어, 눈온다. 잠깐 작업하고 와야겠다.
배식조라고 하지 말랜다.
나 지금 배식조 설겆이인데 힘들어 죽겠다. 할할
사실 이제 적응되서 할만하다.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진욱이는 이제 여자친구랑 놀러 다니면서 궁상은 그만해야 할텐데...
TV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병훈이랑 정복이는 잘 지낼테고, 민영이는 뭐하고 있을래나...
수진이야 뭐. 잘 놀겠지 알아서,
정은이도 잘 못 보고 갔는데...
민욱이는 작업에 성공했는지 궁금하다. 잘 되길 빈다.
용탁이는 입대 전날 좀 피곤해 보이던데, 서울 올라가서 애들이랑 잘 놀았는지 궁금하군.
영주는 잘 지내고 있겠지, 과 활동에도 잘 나왔으면 좋으련만.
미연이는 잘 지내고 있겠지만 어떤 옷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을지
못 보는게 아쉽네. 선영이는 계속 과도에 있겠지? 초코파이 잘 먹었다.
성룡이는 이제 그만 궁상에서 벗어나는게...
지수랑 여전히 잘 지내겠지..캬캬
여진이도 별 얘기도 못하고 온 듯하고, 잘 지내고 있겠지.
충림이는 여전히 충실하게 생활하고 있을테고,
희수는 날도 추운데 무릎은 다시 안 아픈지...
우진이 이 자식한텐 은신술 그만 끝내라고 전해다오.
자호는 2학기 내내 바빠서 자주 놀지도 못헀는데... 아무튼 잘해야지.
환희는 이제 어울리기도 하면서 지내고 , 알겠지?
희진이는 하는 일 잘하고 책 다 보고 갔으니 걱정 마시게나.
영은이는 계속 웃으면서 지내야할테고(말이 좀 이상하지만)
은아는 뭐 할래나...동아리 일 말고도 같이 어울리고 그래.
의명이는 어찌 되었는지, 잘되었으면 좋으련만. 잘 하길 빌고.
인선이는 계속 보긴 했는데 이야기는 하지 못한 것 같다. 잘 지내지?
(이제 세 번째 장으로 넘어갑니다.)
와, 01학번 많구나. 이렇게 한 번씩 안부 전하는데 이 정도 양이라니...
선배들도 다들 잘 있지? 재한이 형은 열심히 하고 있는지, 동규랑 같이 하고 있을까?
정구형이랑 같이 스타나 하러 다니진 않는지 괜한 걱정을 또...
참 훈련소에서 문룡이 형이랑 비슷한 스타일의 조교를 봤는데
문룡이형의 군생활 모습이 바로 저렇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볼 때마다 웃는다.
두기는 여전히 공부 열심히 할테고, 알지?잘해라.
태권이 형은 잘 지내요? 형이 해준 말 도움 많이 됐어요.
대하형도 잘 지내죠? 전화할려고 그랬는데 (들어오기 전에) 전화기를 동생이 가져가서리.
휴가 때 복수해야죠. 호석이형도 잘 지내겠지요 세진이형도...
이야 불문과 사람 왜 이렇게 많냐. 00애들까지 쓸려고 하니까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지금 사흘째 쓰는 건데, 그냥 말하지 뭐.
지희, 미예, 봉은, 은영, 효원, 상우, 영길, 철기, 대호, 실, 용정, 우혁, 정원, 정윤,
하나, 먼지, 은정, 수아, 주리, 유정, 혜진 누나, 다 잘 지내지?
한 타에 끝낸 것을 섭하게 생각말고 (눈치 보면서 쓰는 건데 빨리 보내고 싶어서)
답장 해 주길 바란다!(ㅡㅡ;)
계속 내 말만 했는데 한꺼번에 과 사람들한테 쓸려니 어려움이 많은걸.
알지...편지 해주면 좋지~* 누군게 '편지'가 군대 생활의 낙이라고 하더니
정말이더라. 모든 걸 컴퓨터로 처리하는 이 세상에 오랫만에 손으로 글쓰고 우표 붙여서
답장을 기다리는 낭만을~
편지해달라고 하는 이야기를 구차하게 늘어놓았다. 암튼 많이 보고 싶다.
핀구들아. 다음부턱 개인적 대화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2001.12.15
형준
추신 : 보낼 사람 없겠지만 소포는 안 된다. 오면 반송돼. 주의할 것~*
그리고 혹 빠진 사람 있더라도 편지해줘요 ㅠ.ㅠ
다 옮겼습니다..민지 누나를 먼지(멍지를 잘못쓴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중..푸푸)로 표현한 것이 특이하군요..편지지는 역시나 나라에서 지급한 것이군요..
아마도 과 사람들 주소록을 가져간 듯 합니다..
안 그러고는 저렇게 가지런히
순서대로 쓸 리가 만무할 듯..ㅡ.ㅡ(왜냐면 다 적고 정렬하는 것도 귀찮잖아요..)
암튼..글 읽고 있으니..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평소의 형의 배려가 생각나면서리.
또 한번 마당발이며 정신적 지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암튼..모두들..
편지합시다..
저두 한 번도 다른 사람들한테 안 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해야겠군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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